우리, 같이 살아간다는 것 -『이상하지도 아프지도 않은 아이』김예원 변호사

 ‘아픈 아이네.’, ‘몸이 불편하네.’, ‘얼마나 힘들까.’, ‘불쌍해라.’ 

이런 생각들이 한 사람을 과도하게 작은 틀에 가두고, 오히려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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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시작된다. 4학년 3반 조한이는 발달 장애가 있는 아이다. 어느 날 음악 시간, 조한이가 같은 반 친구의 리코더를 멋대로 가져가 불면서 작은 소동이 일어난다. 조한이를 두고, 반 아이들은 “그냥 특수반에만 있으면 안 되나.”, “아프면 그럴 수도 있지.” 등의 반응을 보인다. 조한이를 자신들과 구분 짓거나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의 태도는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마주할 때 무의식적으로 저지르기 쉬운 차별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담임 선생님은 한 가지 질문을 던지며 숙제를 내준다. “같이 살아간다는 건 뭘까?” 

 

 

발달 장애 학생이 다니는 어느 초등학교 교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이상하지도 아프지도 않은 아이』를 쓴 김예원 저자는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인이자 인권침해 사건의 피해자를 지원하는 인권 변호사이다. 앞서 출간한 『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이후)에서 영화 속 장면으로 현실의 장애인 이야기를 풀어냈던 김예원 변호사가 이번에는 학교라는 공간이 장애 학생을 마주할 때 흔히 떠올리는 생각이나 궁금증을 바탕으로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를 썼다. 저마다 다른 아이들이 모여 만들어 가는 이 이야기는 저자가 늘 강조하는 말과도 맞닿아 있다. “사람은 저마다의 모습을 타고나는 꽃과 같다.” 너와 나의 다름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가르지 않고, 각자에게 주어진 빛깔과 향기로 어우러지며 살아가는 세상이야말로 아름답다는 의미일 테다. 

 

 

 

1. 『이상하지도 아프지도 않은 아이』는 처음으로 쓰신 어린이책인데 소감을 듣고 싶어요.

 

언젠가 제 아이와 “왜 잘못해도 때리면 안 되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이가 단호한 어조로 이렇게 답변하더라고요. “때리면 권리 방패가 깨지니까요!” 과연 그렇죠. 힘이 우세한 한쪽이 그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려고 할 때 제압당하는 사람의 권리는 뭉개지게 되니까요. 오랫동안 잊지 못할 표현이었어요. 아이들도 자기 생각을 자기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인격체라는 사실을 또 한 번 경험했죠.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어른이 상상하지 못하는 놀라운 세계와 이야기가 자라나는 것 같아요. 그런 아이들과 함께 읽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2. 이 책은 어느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작은 소동으로 시작되는 동화예요. 장애인권을 주제로 한 이야기의 배경을 하필 ‘학교’로 설정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어른들도 보통 잠자는 시간을 빼면 직장에 가 있는 시간이 집에 있는 시간보다 많아요. 어른에게 직장이 중요한 사회 또는 공동체라면, 아이에게는 학교가 그런 역할을 하죠. 가정과 다른 점이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이 더 다양한 모습으로 어우러진다는 거예요. 아이들에게 익숙한 공동체 이야기, 그 안에서 마주칠 수 있는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어요.

 

 

3.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들과 함께 활약하는 캐릭터 ‘지원 이모’는 공익 변호사예요. 장애인권법센터에서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님의 이른바 ‘부캐(부캐릭터)’라고 알고 있는데요. 작가님은 평소 어떤 일을 하시는지, 그 일을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알고 싶어요.

 

저는 사회적 소수자로서 차별이나 인권침해, 범죄 피해를 당했지만 스스로 헤쳐 나가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분들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어요. 법률사무소이긴 하지만 소송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연구하고 법 제도를 개선하는 활동을 활발히 하는 점에서 시민 단체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태어날 때 의료사고로 시각장애인이 되었지만, 사법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장애인권에 대해 별 관심 없이 살아왔어요. 그런데 변호사가 되고 사건을 통해 만나는 장애인이 ‘장애’인이 아니라 그냥 ‘사람’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고, “이 사람들과 함께 걷고 싶다. 재미있게!”라는 생각에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4. 저마다 다른 성격의 아이들이 등장하는 이 이야기를 읽다 보면 ‘다름’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요. 종종 우리를 두렵거나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하는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요?

 

세상 모든 것에 ‘다름’이 있지만, 사실 우리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다름’들은 우리 삶 아주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민감한 반응은 ‘지금까지 살아온 것과 약간 달라지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이나 어색함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그런 약간의 불편함은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도 어느 지점에서는 얼마든지 느끼는 것임을 받아들이면, 오히려 더 서로를 존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편하다고 단정 짓기보다 익숙해지려 노력하면 충분히 편해질 수 있다고 생각을 바꿔 보면 어떨까요?

 

 

5. 『이상하지도 아프지도 않은 아이』라는 제목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이 제목은 사실 이 책의 에피소드 중 한 장면에서 나오는 표현인데요. 장애가 있는 한 아이가 자신과 진심으로 교감하고 소통하는 한 친구 앞에서 오롯이 자신의 마음속을 보여 주는 장면이에요. 그래서 많은 독자에게도 의미 있게 다가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제목으로 정해 보았어요. 우리가 장애 아동을 보면 흔히 가지는 편견이 있죠? ‘아픈 아이네.’, ‘몸이 불편하네.’, ‘얼마나 힘들까.’, ‘불쌍해라.’ 이런 생각들이 한 사람을 과도하게 작은 틀에 가두고, 오히려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죠. 이 책을 읽은 독자분들이 그 틀을 깨는 일에 함께해 주셨으면 해요.

 

 

6. 영화와 현실 속 장애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 『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를 출간하시기도 했지요. 작가님의 책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영화나 책을 추천해 주신다면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도움이 되는 영화는 딱히 장르가 국한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장애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장애인과 관련된 영화만 볼 필요도 없고요. 장애가 있건 없건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떻게 같이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라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과 여러 번 함께 본 영화이기도 한데요, <인사이드 아웃>을 추천하고 싶어요. 사람의 마음에는 다양한 감정이 살고 있기에 모든 사람은 독특하고 존엄하다는 생각을 들게 해 주는 좋은 영화거든요.

 

 

7.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모두가 함께 행복한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지금 당장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 한 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매일 해야 하는 일과 의무가 많은 삶에서 뭔가를 더 하자고 하는 것이 부담될 수 있겠지만, 저는 그래도 큰 영향력을 가진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실천이 더 파급력이 크다고 믿어요. 그런 의미에서 내 주변에서 내 마음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살짝궁 ‘선한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요? 『이상하지도 아프지도 않은 아이』의 소문난 오지라퍼 지원 이모처럼은 아니더라도, 따듯한 마음을 담은 작은 쪽지를 건네거나 분명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해야 할 말을 하는 작은 실천으로 변화될 수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