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전쟁의 비극, 어린이를 위한 평화 그림책" - 유은실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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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유은실 작가와 세계가 주목하는 이소영 그림책 작가가 빚어낸 아주 특별한 평화 그림책 『전쟁과 나』가 우리학교에서 출간되었다.

“전쟁이 나면 어떻게 하지?”라는 질문은 우리를 순식간에 생각의 한복판으로 데려간다. 『전쟁과 나』의 주인공 온이도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 있다. 누군가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하지만 전쟁은 기억 속에서, 현실 속에서 선명하게 존재한다. 휠체어를 타는 할아버지를 함께 데려가 달라는 온의 부탁을 거절하는 이웃들, 친구의 외면…. 마음속 불안이 점점 커지자, 온이는 좌절한다. 피난을 가지 못하는 것이 자신과 할머니가 했던 고자질과 남 흉보기 같은 잘못들 때문인 것만 같다. 일어나리라는 상상만으로도 단숨에 일상에 균열을 내는 거대한 ‘전쟁’ 앞에서 어린이가 겪는 사소하지만 진지한 윤리적 동요는,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롭고 놀라운 전쟁 서사로 독자들을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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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하고 무거운 ‘전쟁’이라는 주제를 정말 세심히 다루셨더라고요. 읽으면서 작가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전쟁과 나』 이야기는 어떤 마음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한국전쟁 휴전 후 20년이 조금 지난, 1974년에 태어났습니다. 전쟁을 생생하게 겪은 어른들 속에서 자랐지요.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저변에 깔고 유년을 보낸 것 같습니다. 그 불안이 제 세대에서 끝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전쟁 때문에 아이들이 희생되는 소식을 들을 때면, “인간은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없는 존재인가?”하는 절망적인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아이들이 전쟁의 공포를 느끼는 세상에서, 평화를 향한 간절한 마음으로 시작한 이야기입니다. 


작가님께 개인적으로도 뜻깊은 이야기라고 들었는데, 혹시 실화를 모티브로 한 걸까요?


『전쟁과 나』는 『나의 독산동』 다음으로 제가 겪은 이야기가 많이 담겼습니다. 초등학교 2~3학년 때의 일인 것 같아요. 우리 동네에 불개미가 들끓었는데, 할머니는 그걸 전쟁의 징조라고 여러 번 말씀하셨죠. 그리고 아빠는 걷지 못하니, 피난을 갈 수 없다는 말도 하셨어요. 작품 속 온이처럼 불안에 휩싸였죠. 나름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마을을 돌았어요. 그때는 리어카가 있는 가겟집이 많았거든요. 어린 저는 고민했어요. ‘아빠를 두고 피난을 가는 것과, 리어카를 훔치는 것. 어느 것이 더 큰 잘못일까?’ 하고요. 그게 모티브가 되었으니, 실화가 모티브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0년 되었는데, 아직도 힘들 때면 “휠체어에 탄 아버지”와 “피난”, “전쟁”을 모티브로 한 악몽을 꿉니다.


이 그림책은 글 못지않게 그림 역시 좋습니다. 이소영 작가님께서 그리신 장면 중 가장 인상 깊은 그림은 무엇인지요? 그림 작가님께 하시고 싶은 말씀을 이 자리를 빌려서 해 주셔도 좋겠습니다.


다 좋아서 ‘가장’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온이가 피난 기차에 매달리는 장면은, ‘기가 막히게 좋다’고 말하고 싶네요. 책이 나오는 날 이소영 작가님을 처음 뵈었는데, 만나자마자 둘이 오래오래 껴안았어요. 말없이 많은 말을 나눈 것 같아요. 그 순간을 못 잊을 것 같습니다. 함께 작업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글 | 유은실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육이오 전쟁 중 일어난 민간인 학살 희생자의 손녀다. 할머니와 부모에게 전쟁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전쟁 때문에 아이들이 희생되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그동안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멀쩡한 이유정』 『까먹어도 될까요』 등의 동화와 청소년 소설 『변두리』 『2미터 그리고 48시간』 『순례 주택』 등을 썼다. 그림책 『나의 독산동』 『송아지똥』 『마트료시카』에 글을 썼다.


그림 | 이소영

한국과 프랑스에서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괜찮아, 나의 두꺼비야』 『힘내, 두더지야』 『갈매기전』 『그림자 너머』 『파란 아이 이안』 『굴뚝귀신』 『여름,』 『겨울 별』 『안녕, 나의 루루』 등을 쓰고 그렸다. 이 중 『그림자 너머』로 2014년 볼로냐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여름,』으로 2021년 화이트 레이븐스에 선정되었다. 『굴뚝귀신』과 『여름,』은 2019년과 2021년에 각각 BIB 한국 출품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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