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학교도서관저널 - <로지나 노, 지나> 이란주 작가 인터뷰 (2021. 5)
작성자 우리학교

<학교도서관저널> 2021. 5월호 '독자가 만난 작가'

이주의 시대,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가요

『로지나 노, 지나』 - 이란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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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학교도서관저널 인스타그램 @schoollibraryjournal 


 

영화 <안녕, 미누>에는 「목포의 눈물」을 멋들어지게 불러 젖히는 네팔인 미누가 나온다. 스무 살부터 한국에 살았고 봉제공장에서 일하며 밴드 보컬로 활동한 그는 강제추방 되고도 한국을 그리워했다. 정부의 모진 행태 속에서 미누를 지지한 사람들 중에 이란주 작가가 있었다.

 

외국인인력도입제도가 시작된 1990년대 중반부터 부천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친구이자 상담자로 투쟁한 작가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사실을 책으로 알려왔다. 이주민도 “맞으면 아프고, 슬프면 눈물이 나는 사람”이라는 당연한 이치를 말이다. 출입국사무소의 단속, 고용주들의 갑질을 겪은 사람들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준 작가가 어린 이주민 이야기로 다시 우리 곁에 왔다.

 

다섯 살에 한국으로 온 로지나, 친구 손을 잡고 학교에 입학한 나라, ‘최애’가 태권도였던 라주 등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이 아이들을 소설로 만나는 일은 가볍지 않았다. 어쩌면 피부색이 다르단 이유로 냉대받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내 곁에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마주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양심이 찔렸다. 26년째 이주민을 일하는 기계가 아닌 한 사람으로 직시하고자 했던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그리고 작가에게 그 아이들이 바라는 소박한 꿈들이 무엇인지 들었다. 

 

 

- 최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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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지나는 어린 시절부터 한국어를 배웠고 자신을 한국 사회의 일원이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은 로지나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책제목 ‘로지나 노, 지나’에서 볼 수 있듯이, 로지나는 자신의 이름 즉, 신분을 계속 ‘노(No)’ 하고 거부당해 왔어요. 그렇게 비슷한 듯 다른 고투를 겪는 이주청소년들 이야기를 르포 소설 형식으로 담았어요.

 

 한국 어른들은 이주노동자를 도와주려는 마음은 있어도, 그들을 한국인과 똑같이 대우해야 한다는 ‘평등의 마음’은 대부분 없어요. 저는 한국 사람이 변해야 이주노동자의 삶이 달라지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교육활동을 기획했어요. 다양한 문화를 배우고 차별하는 마음을 다스리는 수업을 하려고 학교 문을 두드렸죠.

 

 ‘미등록이주청소년’이란 국내 체류 자격이 없거나 비자가 없는 청소년을 일컬어요. ‘불법체류자’라는 말이 흔히 쓰이지만 저는 가능한 이 용어를 안 쓰려고 해요. 사람이 불법이라는 의미는 맞지 않는 표현이거니와 이 단어를 대할 때 경각심을 가져야겠다 싶었죠. 최근엔 학교에서 비자 없는 학생을 보내라고 할 만큼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려는 교사가 생겨나고 있어요. 하지만 제 소설 속 로지나처럼, 후기 청소년 나이가 됐을 무렵 경제적인 여건으로 학교에 더 이상 못 다니는 아이들이 많아요. 이런 사연들을 내 옆집에 사는 아이의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게 친근하게 표현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소설로 써야겠다!’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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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라는 호칭에서 벗어나는 노력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특정 전제 안에서 이주민 학생들을 바라보는 건 옳지 않아요. 예를 들어, 다문화 학생이기에 특정한 지원이 필요한 게 아니라, 그 학생이 한국어 능력을 향상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어 교육을 집중해서 제공하는 게 옳아요. 학생 한 명 한 명이 필요로 하는 것이 있기에 교육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시선으로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해요. 어떤 학교에서는 ‘다문화 특별반’을 만들어서 아이들을 모아 놓기도 하는데, 저는 한국어 지도가 필요하면 그냥 ‘한국어반’이라고 하는 게 맞다고 말씀드려요. 교사들도 ‘다문화 학생’이라는 표현을 삼가했으면 좋겠어요. 교육 당국을 비롯해서 교사들이 이주민을 보는 관점, 발상 모든 부분을 전환해야 해요.

 

▶ 지금은 전 세계 사람들이 이동하는 ‘이주의 시대’잖아요. 누구든지 둥지를 떠나 고독한 삶을 선택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어요. 타향이든 타국이든 우리 모두가 떠날 수밖에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면, 누구나 그 삶을 이해하고 서로 보듬기 위해 노력하면 좋겠어요.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책 제목처럼, 나 혼자만 잘 먹고, 좋은 데 다니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기회를 가져 보지 못한 사람들과 기회를 나누는 일은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에요.

 

 

이란주 작가의 이주민 이야기, <학교도서관저널> 2021. 5월호 ‘독자가 만난 작가’에서 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