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인권 변호사와 함께 생각하는
우리, 같이 살아간다는 것
김예원 저자는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인이자 인권침해 사건의 피해자를 지원하는 인권 변호사이다. 그는 “왜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인을 만나기 어려울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오랜 시간 분리해 온 우리 사회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서로 만날 기회가 줄어들수록 상대방에 대한 두려움이나 편견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분리가 곧 차별을 낳는 셈이다. 저자는 그 부작용이 학교 현장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음을, 장애 학생과 연관된 사건을 맞닥뜨릴 때마다 체감해야 했다. 그 경험을 토대로 학교 안의 장애인권 이야기를 담은 『이상하지도 아프지도 않은 아이』를 썼다.
우리가 어떻게 어우러져 살아갈지 한 번이라도 깊이 고민하는 기회를 던져 주고 싶어 쓰게 된 이야기죠. 공익 변호사로 장애 학생과 연관된 교육 현장의 여러 사건을 지원하면서 ‘그 많은 물음표를 초반에 잘 해결했다면 이렇게까지 사건이 복잡해지지는 않았을 텐데…….’ 하고 안타까워했던 순간이 참 많았거든요.
- ‘이야기를 시작하며’ 중에서
‘어떻게 말을 걸어야지?’, ‘쉽게 어울릴 수 있을까?’, ‘같이 있으면 불편하지 않을까?’, ‘평범하게 대해도 되는 걸까?’ 이 책은 학교라는 공간이 장애 학생을 마주할 때 흔히 떠올리는 생각이나 궁금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날 법한 일을 소재로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 나가지만, 그 안에서 던지는 질문과 생각거리는 가볍거나 단순하지 않다.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 사회 속 장애인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게 할 뿐만 아니라 타자를 대할 때 빠지기 쉬운 편견의 이면까지도 속속들이 비춰 보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우리가
학교에서 만난다면?
이야기는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시작된다. 4학년 3반의 조한이는 발달 장애가 있는 아이다. 어느 날 음악 시간, 조한이가 같은 반 친구의 리코더를 멋대로 가져가 불면서 작은 소동이 일어난다. 이처럼 종종 돌발 행동을 하는 조한이를 두고, 반 아이들은 “그냥 특수반에만 있으면 안 되나.”, “아프면 그럴 수도 있지.” 등의 반응을 보인다. 조한이를 자신들과 구분 짓거나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의 태도는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마주할 때 무의식적으로 저지르기 쉬운 차별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담임 선생님은 한 가지 질문을 던지며 숙제를 내준다. “같이 살아간다는 건 뭘까?” 한 모둠이 된 아영이와 서윤이, 하늘이는 공익 변호사 지원 이모의 도움을 받으며 숙제를 완성해 간다. 조한이와 함께 생활하는 학교뿐만 아니라 장애인석이 맨 앞에 있는 영화관, 문턱이 없는 무장애 카페, 발달 장애인들의 작품이 걸린 전시회 등 다양한 장소를 오가며 펼쳐지는 세 친구의 여정 속에서 우리는 깨닫게 된다. 서로를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야만 함께 행복해지는 법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저마다 다른 아이들이 모여 만들어 가는 이 이야기는 저자가 늘 강조하는 말과도 맞닿아 있다. “사람은 저마다의 모습을 타고나는 꽃과 같다.” 너와 나의 다름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가르지 않고, 각자에게 주어진 빛깔과 향기로 어우러지며 살아가는 세상이야말로 아름답다는 의미이다. 조한이와 세 친구가 서로를 알아 가며 함께하는 법을 찾았듯이, 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도 서로의 연약한 점을 보듬고 존중하며 살아가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기 바란다.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함께’로 나아가는 법
이야기 사이사이에 자리한 ‘함께 생각해 봐요!’에서는 장애인권과 연관된 질문을 좀 더 확장하여 깊이 있게 다루며 생각거리를 제시한다. 장애 유형, 장애인복지법과 특수교육법의 의미, 법에서 금지하는 장애인 차별 등 제도와 관련된 지식부터 처음 만난 장애인에게 다가가는 법, 편견을 버리고 차별의 말을 차단하는 방법 등 일상에서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방안까지 쉽고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어린 독자들에게 주어지는 생각거리들은 ‘같이 살아간다는 것’이란 무엇인지, 모두가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나 자신부터 어떠한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소중한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마음을 기울이면,
너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되고
〈귀를 기울이면〉 시리즈는 함께 사는 세상 안에서 들여다보지 못한 마음을 담아 어린 독자들에게 건넨다.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지금 이 순간의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들이 타자와 세상에 대한 상상력을 싹 틔우고, 나아가 공존의 참된 가치를 깨닫는 계기와 기틀을 마련하고자 기획되었다. 차별적 시선과 편견에 묻히곤 하는 작은 목소리를 모아 진솔하고 울림 있게 전하는 이 시리즈는 어린이들에게 ‘너의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로 끌어안는 공감과 연대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